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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문화예술전시관으로 재탄생한 아트 스페이스

작가

이기칠 YI Geechil

|  李基七

작품

기억정원 설계

그동안 치밀하고 논리적인 성향의 조각을 발표해온 이기칠의 설계는 2층의 어두운 전시실 안에 비디오영상과 조각을 설치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연습’에 대한 이해를 도모해온 작가의 기억을 호출하는 이번 설계는 길이방향으로 이어 연결해놓은 4개의 책상 위에 24×12×12㎝와 18×18×18㎝ 크기 MDF판재 모듈을 이용해 순수 공간 다루기를 연습했던 ‘공간연습’ 8점을 질서정연하게 배치한 설치작업과 연결된 책상의 끝부분과 맞닿은 정면 벽면에 상영되는 비디오영상 ‘골드베르크 변주곡 연습’의 상영을 통하여 구현된다. 작가는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갈등을 극복해가는 우리의 현실 삶에 대하여 ‘실제’의 적응을 강화하는 방법으로서 ‘연습’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미술 분야에는 전문가이지만 음악에는 비전문가인 작가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전곡을 연주하는 것을 목표로 피아노 연주의 기초부터 배우며 연습을 거듭하였고, 총 32곡 중 4곡을 연습한 후, 작가 자신이 연주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하여 이곳 현장에 전시하는 것이다. 또한 ‘공간연습’은 그동안 전시를 통하여 발표해온 조각, ‘작업’, ‘작업실’, ‘거주’ 연작에서 주제의 상징성을 제외하고, 예술적 고려로부터 자유로운 순수한 공간 다루기로서의 ‘연습’을 행한 작업이다. 우리는 연습을 진행할 때 반복과 훈련 그리고 변경과 수정을 경험함으로써 실제의 현실에서도 비슷한 문제와 오류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다. 이곳 현장성을 대면한 작가에게 ‘연습’은 작품의 완성이나 작품 그 자체가 아니라 작품의 제작 과정에서 작가와 작품 사이에 형성되는 유기적이고 역동적인 관계를 창조적인 노력을 들여 기억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작가노트

아티스트작품

연습
예술은 일견 비현실의 영역에 속하는 듯하지만, 사실 그것이 현실세계에서 통용되는 한 분명 하나의 현실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악몽에서 깨어나면 생시임에 안도하지만, 삶이 어려운 이유는 그것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기 때문일 것이다.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궁극적 결과를 도출하는 예술의 작업 과정은 온갖 종류의 갈등을 극복해나가면서도 단 한번 밖에 살 수 없는 삶의 모습을 닮아 있다. 즉 결과로 나타나는 예술과 한번 뿐인 인생 그 자체는 연습이 아니라 실제이다. 그리고 이 실제에는 필연적으로 변수가 따를 수밖에 없고, 여기에 적응하는 결과에 대한 평가는 단호하고 엄정하다. 그래서 실제는 연습이 아니지만, 이 실제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연습이 요구된다. 그리고 적어도 연습하는 동안은 실제가 유보되기 때문에 이 실제성의 억압으로부터 얼마간 벗어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나는 실제 그 자체보다 이에 대한 적응을 강화하는 방법으로서 연습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자 하였다. 그래서 50세가 되던 해인 2011년 여름, 나는 새로운 작업으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습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하였다. 이 곡은 시작과 끝에 아리아가 연주되고 그 사이에 이 아리아를 주제로 하여 30개의 변주가 이루어진다. 이것은 단일한 변주 형태로 그 규모가 방대하고 난이도는 매우 높은 곡으로 잘 알려져 있다. 따라서 피아노를 갓 배운 초보자가 연습하기에는 전혀 격이 맞지 않다. 하지만 이처럼 높은 목표를 설정한 이유는 연습을 통해 실제에 적응하는 과정을 도출하기 위해서 적절한 저항강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 곡은 살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음악 중 하나여서 나에게는 가장 익숙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곡을 연습하기 위해서 나는 먼저 2년간 바이엘과 체르니를 배웠고 소나티네와 하농도 함께 연습했다. 이 때 까지만 해도 모차르트의 소나타와 바흐의 인벤션을 배우는 과정을 거치고 나서 향후 5-6년 뒤에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시도하리라 계획하였다. 그러나 바이엘에 비해 체르니나 소타티네는 상당히 어려운 편이었고, 나의 취향과도 잘 맞지 않았다. 따라서 중도에 지치거나 포기할 것이 우려되어 2013년 초겨울부터는 중간 과정을 아예 생략하고 바로 목표로 삼았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배우고 연습하기 시작하였다. 피아노를 배우는 일반적인 절차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진행은 더딜 수밖에 없고, 그래서 나는 최근 3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아리아를 비롯하여 여덟 번째 변주곡까지 익히고 연습하고 있는 중이다. 향후 발전 가능성을 감안한다 해도 연습 범위가 점차 늘어나기 때문에 전곡을 연주할 수 있기까지는 대략 10년 정도가 소요되리라 예측된다.

아티스트작품 또 다른 한편에서 나는 조각가로서 공간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연습해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미 훈련받은 예술가라면 실제로서의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 마땅하나 이 실제성은 역시 고통스러운 것이다. 그래서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공간이 형성되는 경우의 수를 연습함으로써 실제가 형성되는 과정을 분석하고 이에 적응하고자 하였다. 이 공간연습은 바로 이전까지 금속 주조의 형식으로 진행되었던 <거주> 연작에서 주제의 상징성이 빠지고 순수하게 공간만을 다루겠다는 목표로 시작되었다. 이 작업은 12×12×24cm의 직육면체와 18×18×18cm의 정육면체를 모듈로 삼아 2와 3의 배수 그리고 수직과 수평의 직선이라는 요소만을 변용하여 공간을 도출하는 과정이다. 이처럼 모듈 안에서 치수와 위치만을 변경하여 공간의 변형을 이루어내는 것은 조각가로서 부담해야 할 예술적 고려로부터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또한 정해진 모듈로부터 파생되고 변형되는 공간의 형태는 피아노로 연습하고 있는 변주곡의 형식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작업은 본래 철로 주조하려 하였으나, 주조 후 비좁은 내부공간으로 기계가 들어갈 수 없어 현재의 기술로는 정밀한 가공이 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이번에는 MDF로 제작하게 되었지만 현재 시험 가동되고 있는 메탈 3D 프린터가 상용화된다면 대략 7-8년 뒤에는 금속으로 제작할 수 있으리라 예견된다.

음악가에게 연주가 실제의 영역이듯, 조각가가 공간을 다룬다는 것은 현실적인 문제이다. 그러나 음악가가 아닌 비전문가가 피아노를 배우고 연습한다는 것은 음악이라는 예술의 실제성으로부터 많이 벗어나 있다. 또한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예술가가 공간을 수리적 계산으로만 도출하는 것 역시 예술적 현실과 가깝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새로운 연작에서 실제적인 것은 없다. 모든 것은 연습이며 가설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이것이 단순히 꿈을 실현한다거나 취미를 계발하려함은 아니다. 또한 이것은 예술가로서의 의무를 게을리 하거나 예술을 비하시키려는 것도 아니다. 실제의 삶에서 발생하는 오류는 치명적일 수 있지만, 연습의 영역 안에서의 그것은 반복과 훈련 그리고 변경과 수정을 통해 해소되고 적응될 수 있다. 이러한 생각은 비현실적인 영역에서 문제를 해결하면 곧 현실의 삶에서 발생하는 문제 또한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지극히 연습생적인 믿음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만일 삶이 고통스럽다면 그것은 아마 그 실제성이 괴롭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무언가를 연습하려는 것이고, 이것은 곧 예술가로써 실제의 삶을 살아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개인전

2016
  • ‘연습’, 김세중기념관. 서울
2015
  • ‘대구트릴로지-작업실/연습’, 대구미술관. 대구
2014
  • 작업실/거주’, 갤러리 W 가회. 서울
2013
  • 기억 공작소-‘거주’, 봉산문화회관. 대구
2011
  • ‘거주’, 공평아트센터. 서울

주요 단체전

2017
  • ‘Tokyo International cultural Design Exhibition’, Tokyo Ploytech Art Gallery, 일본
  • ‘한중교류전 – 미미여공’, 경북대학교미술관. 대구
  • ‘통로/passage’, 김세중기념관, 서울
2016
  • ‘70년의 전통, 70년의 전망’, 경북대학교미술관. 대구
  • ‘시간의 향기’, 조선일보미술관, 서울
  • ‘컬러풀 컨버전스’, 경북대학교미술관. 대구
2015
  • ‘한중교류전 - 미미여공’, 연산대학교미술관, 허베이성. 중국
  • ‘표정과 몸짓, 소마미술관. 서울
  • ‘지역을 넘어 세계로’, 부산문화회관. 부산
2014
  • ‘현대한국미술의 정신’, SNU 베리타스홀. 서울
  • ‘International Modern Art Exhibition’, N8 Club. 항조우, 중국
  • ‘부산대학교 조형연구소 기획전’, 부산대학교아트센터. 부산
2013
  • ‘대구현대미술제, 강정보 디아크. 대구
  •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 포항운하. 경북
  • ‘조각, 광복에서 오늘까지, 독립기념관. 충남

수상

  • 2004김종영미술관 ‘오늘의 작가’
  • 1999김세중 청년조각상
  • 1997모란조각상 대상

작품소장

토탈미술관(서울), 모란미술관(경기), Mafuji Art Gallery(영국), 용산가족공원(서울), Apex Tower(서울), 국립현대미술관(경기), 대전시립미술관(대전),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서울), 소마미술관(서울), 이마트(경북), 삼성래미안(대구), 유달산조각공원(전남), 원주시외버스터미널(강원), 서울시립미술관(서울), 육군행정학교(충북), 포스코 더샵 이시아폴리스(대구), 포항시립미술관(경북), 정부미술은행(경기), 현대힐스테이트(대구)

출품작품

1. 바흐의 골드베르크변주곡 연습 / 15분 11초 / 비디오 / 2015
2. 공간연습 / 60x120x78cmx3 / Wood /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