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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문화예술전시관으로 재탄생한 아트 스페이스

작가

배종헌 BAE Jongheon

|  裵宗憲

작품

기억정원 설계

개인의 삶과 사회적 현상들을 연결 지으며 ‘타자되기’와 ‘기록’이라는 방식으로 동시대 미술의 장소특정성을 실천하는 배종헌의 기억정원 설계는 유물 발굴의 현장을 떠올리게 한다. 1층 입구의 우측 벽면에는 이곳 현장공사 당시의 원래 위치에 깨진 그대로 남겨져있던 직사각형 벽면 거울을 발굴한 작업 ‘매일의 전쟁터에서 상처 입은 우리들을 위한 성스러운 기도’가 보인다. 이 작업은 의견이 서로 달라서 분열된 우리 사회, 더 나아가 전지구적 상호갈등의 모습을 담고 있는 듯한데,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의 상처에 대한 위로와 치유를 암시하는 듯 조심스럽게 깨진 거울 조각마다 다른 화려한 색상의 물감을 칠해놓았다. 그 좌측 벽면에는 역시 현장의 그 위치에 남겨져 있던 유리타일 형식의 장식용 여인누드 이미지를 반투명 비닐로 덮어 가리고 그 옆에 투명 유리그릇 속에는 그 이미지를 모티브로 작게 옮겨 그린 ‘도원동 비너스’가 있다. 조금 더 들어가 좌측의 안쪽 전시실은 벽면의 마감 자재를 뜯어내고 노출된 콘크리트 구조물을 배경으로 깨지기 쉬운 지름 16㎝ 크기의 유리그릇 속에 그린 꽃그림 15점이 흩어져 설치되어 있고, 그 아래 구석의 브라운관 모니터에는 15점의 꽃그림들이 예전에는 어느 여성의 특수한 삶의 터전이었던 이곳 현장의 벽지와 커튼, 문, 가구의 장식 등에서 비롯되었음을 기록한 비디오가 함께 상영되는 ‘夜생화’를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좌측에는 원래 그 방에 있던 가구들이 옆으로 뉘어있고 천장에 있던 조명등과 화재 감지기가 옆 벽면으로 옮겨져 있어서 마치 방 전체를 옆으로 회전시켜놓은 것 같아서 관객이 서있지만 누워서 천장을 보는듯한 ‘누운방’이 있다. 정면에 보이는 이 천장은 벽지의 꽃 그림 문양이 핀이 나간 것처럼, 혹은 흔들리는 듯 덧그려져 있다. ‘누운방’은 남성이 아닌 이 방의 주인이었을 여성이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하며 사회적 타자로서의 그 여성의 상황을 생각해볼 것을 제안한다. 철거공사 이전부터 작업구상과 수집, 기록을 위해 자주 현장을 방문했던 작가의 설계는 현장성과 그 현장의 창조적 기억을 치밀하게 반영하고 있다.

작가노트

아티스트작품

매일의 전쟁터에서 상처 입은 우리들을 위한 성스러운 기도

- 배종헌

어쩌면 사라질, 사라져지게 될 공간이 있다. 모든 것은 소멸하나니 아쉬움과 슬픔을 남긴다. 그마저 멸하겠지. 그래서 우리네 삶은 슬프다. 모두가 불온한 무엇이라고 여기는 존재라 하더라도 그것이 소멸에 직면한 모습을 보았을 때 애처로운 심경이 드는 것은 불온했기에, 불온한 것이기에 더 그러하다고 나는 믿는다. 그렇게 애처로움 마저 다하는 날 더 이상 그 누구도 돌아보지 않을 기억의 절멸을 알기에 슬프다고, 우리네 삶은 슬픈 것일 수밖에 없다고 나는 믿는다.
나는 믿는다. 도심 한편, 흥했던 세월의 쇠락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곳은 부끄럽지만 가릴 수 없는 우리들의 치열했던 삶의 현장이었다고, 기억의 절멸을 끝끝내 막을 수는 없겠지만 가능한 한 지연시켜야 한다고, 이것이 내가 한낱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작업을 하는 이유라고 나는 믿는다. 이것이 이 땅에 던져진 수많은 내가 간밤에 흘린 눈물의 이유라고 나는 믿는다.

알 수 없는 불안과 긴장감이 내내 따라다녔다. 이 불편하기 짝이 없는 긴장감은 이곳이 아직 소멸을 원치 않는 내적 투쟁의 방어선이자, 사라지기를 바라는 외부 시선의 화살이 쏟아지는 격전지이기 때문이리라. 삶의 관성을 유지하려는 소수의 절박한 목소리는 왜곡된 공공의 병리적 시선 앞에서는 들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들리지 않는다고 갈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말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갈등이니까. 어쩌면 냉전(cold war)이 열전(hot war)보다 더 견디기 힘든 상황이니까.
매일의 뉴스는 여전히, 아니 갈수록 더 격심한 냉전의 기류와 열전의 기운이 우리를 집어삼킬 듯하다. 어젯밤 마감 뉴스가 오늘 아침 뉴스와 별반 다를 바 없듯이 어쩌면 오늘 밤 뉴스도 온통 전쟁, 테러, 싸움과 갈등 퍼레이드로 마감할 것이다. 인종이나 민족 간의 초국가적 차원의 전쟁에서부터, 좌우 동서의 정치적 이념 논쟁과 경제적 갈등, 각종 테러 소식은 단순히 먼 나라 얘기가 아니라 가까운 이들의 운명을 가르는 일일 수 있다. 살인, 실연에 대한 복수, 보복운전, 골목길 주차 갈등과 아파트 층간소음 다툼, 차고 넘치는 고소 고발로 우리의 도시는, 일상은 물리적 정신적 폭력과 상처로 가득하다.

밤과 낮의 세계가 서로 다른 별개의 두 세계가 아니라, 하나의 세계 안에 공존하고 있음을 모르는 것일까. 밤의 다른 모습으로서의 낮과 낮의 다른 모습으로서의 밤이 있을 뿐이다. 빛은 어둠을 내몰아내지만 빛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 그림자는 더욱 짙고 선명하게 날을 세운다. 빛은 스스로를 정의라 부르며 세상을 비추려하지만 그림자 없는 빛은 없다. 그림자가 없다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나 가능할 것이니까 말이다.
도시의 우울증은 이를 인정하고 긍정할 때 치유될 수 있고 비로소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법적 암묵적 게토(ghetto)를 스스로 무너뜨린다고 정리될 문제는 아니다. 미래 도시의 감시신경망은 더 조밀하고 은밀하게 변화할 것이나 이에 맞서 탐지가 불가능한 새로운 망조직이 발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여, 게토를 어떻게 해체할 것인가보다, 아니 그 개별 구성원들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숨겨두거나 적어도 보이지 않게 하려는 이 문명의 강박에서 벗어나는 일일 것이다.

대구 중구청에서 추진한 이 전시가 하나의 사건이자 모범적 사례가 되기를 나는 희망한다. 도시가 안고 있는 오래된 이 고민이 비폭력적인 좀 더 세련된 형식으로 공론화되고 모두가 함께 생각하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사실상 이곳은 장소적 특수성으로 인하여 전시가 불가능한 곳이었다. 그만큼 전시의 오픈 일정은 거듭 뒤로 밀려났다. 중구청이 이 전시의 오픈 일정을 수차례 미루면서까지 기다린 것은 원주민과 성노동자들을 위한 배려였다고 나는 믿는다. 그들은 우리와 다르지 않은 같은 하늘 아래의 소중한 시민이며 이웃이기에 어쩌면 당연한 처사다. 그러나 그간 우리는 공권력의 남용을 숱하게 보아온 바, 지금 이 사려 깊음은 사회적 갈등 완화의 좋은 본보기로, 그야말로 하나의 희망적 ‘사건’이 되기를 바란다.

그러니 그대, 깨진 거울에 얼굴을 비추며 더 이상 눈물짓지 마셔요. 살아낸 하루가 대견하고 살아갈 하루가 더 걱정이지만, 그 하루는 조금씩 조금씩 다른 하루일 거예요. 우리는 이미 모두가 상처투성이입니다. 그러나 그대, 더 이상 눈물짓지 마셔요. 조각난 거울에 새로운 빛이 들고 상처는 그 하루만큼 조금씩 조금씩 나아갈 거예요.


개인전

2016
  • ‘네상스 Naissance’, 대구미술관. 대구
2015
  • ‘사물기행’, 향촌문화관. 대구
  • ‘작업집서’, 이응노생가기념관. 충남
2014
  • ‘별 헤는 밤’, 갤러리분도. 대구
2011
  • ‘야생 Wildlife’, 봉산문화회관. 대구
2008
  • ‘도시농부_유유자적’, MBC갤러리M. 대구

주요단체전

2017
  • ‘반려교감’, 세종문화회관. 서울
  • ‘가족보고서’, 경기도미술관. 경기
2016
  • 국립현대미술관 과천30년 특별전: 달은, 차고, 이지러진다, 국립현대미술관. 경기
  • 제3지대’, 가나인사아트센터. 서울
2015
  • ‘Korea Tomorrow’, 성곡미술관. 서울
  • ‘A Dialogue with the Space and Time’, ArtN space. 중국
2014
  • ‘Bookmaking Project’, 닻프레스갤러리. 서울
  • ‘막막, 프로젝트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서울
  • ‘Animamix Biennale’, 清华大学 TsingHua University. 중국
  • ‘Animamix Biennale’, MOCA Shanghai_Museum of Contemproary Art. 중국

주요 수상 및 선정

  • 20142014 고암미술상

주요 저서

배종헌 작업집서, 모노클, 2015

출품작품

1. 누운방 / 240x246x330cm / 현장에 있던 오브제들과 그 공간, 복합재료 / 2017
2. 夜생화 / 16Øx3cmx15개, 현장 가변 설치 / 현장에 남겨진 벽, 유리에 아크릴릭, 비디오 설치 / 2017
3. 도원동 비너스 / 16Øx3cm, 현장 가변 설치 / 현장에 남겨진 벽, 유리에 아크릴릭 / 2017
4. 매일의 전쟁터에서 상처 입은 우리들을 위한 성스러운 기도 / 91.5x182.5cm / 현장에 남겨진 깨진 벽면거울에 아크릴릭 /2017